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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미 월드컵 2차예선 한국 대 태국 2차전 3대0 완승 가능했던 이유축구 2024. 3. 27. 16:24
지난 1차전 당시 1대 1 무승부에 대한 아쉬움과 경기 대응에 대해서 글을 적었다. 1차전 경기의 아쉬웠던 주요 포인트는 이강인이 후보 선수였던 점, 경기에 너무 늦게 출전했던 부분과 전체적으로 공격적이지 못했던 점을 주요 원인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경기에 이강인을 선발로 출전시키는 것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했다. 역시나 예상대로 황선홍 감독도 1차전 경기를 해보고 느낀 게 있었는지 이강인을 선발로 출전시켰다. 그리고 조규성을 선발로 내세웠다. 조규성을 선발로 출전시킨 건 지난 월드컵 때도 이강인의 크로스를 헤딩골로 만들 선수이기도 하고, 이강인의 크로스가 정확하기 그 점을 활용하기 위해 조규성을 선발 출전 시킨 듯하다.
한국의 포메이션은 1차전과 동일한 4-2-3-1 손흥민 왼쪽 이강인 오른쪽 원톱에 조규성이 들어갔다. 먼저 한국의 최전방 공격수 즉 스트라이커에 대해 말을 하자면 한국은 최전방 공격수 선수층이 매우 얇다. 이건 한국이라는 나라가 체격적으로 타고나는 부분에서 다른 나라들보다 최전방 공격수에 맞는 조건을 갖춘 선수를 찾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해외리그에 진출해서 활약한 선수들만 봐도 한국은 미드필드 선수들이 많은 걸 확인할 수 있다. 최전방 공격수에 대한 글을 다음에 자세히 글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태국은 전반전 4-4-2로 시작을 했지만, 경기를 자세히 보면 4-5-1에 더 가까운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임했다. 태국은 1차전과 다르게 포백을 라인을 미드필드 바로 앞까지 올리고 포백라인을 맞추는 걸 볼 수 있다. 이것은 중원 공간을 협소하게 만들고 미드필드에서 수적 우세로 가져가면서 빠른 역습을 통해 공격하겠다는 말과 같다. 반면에 한국은 1차전 때 와 동일한 전술로 경기에 임했다. 다만 태국에서 포백라인을 올리면서 미드필드 진영의 공간이 좁아져 포백 뒤로 한 번에 침투하는 플레이가 많아졌다. 하지만 태국은 포백을 그냥 올린 게 아니다. 태국은 포백 라인을 올리고 미드필드 진영까지 촘촘하게 선수들이 포진해 있으면, 주로 공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포지션은 수비수가 된다. 전반전 한국의 수비수들이 공을 가지고 있는 횟수가 많았고, 1차전과는 달리 미드필드에서 공을 가지고 있는 횟수는 적었다. 이렇게 되면 태국 포백 뒷공간에 침투하는 한국 선수에게 패스를 하게 되는 선수는 수비수가 되는 상황이 많아지는 것이다. 한국 수비에서 상대방 포백수비 뒷공간까지 패스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말은 결국 거리가 멀어 정확성이 떨어지고 공격수와 타이밍을 잡기도 어려워 불확실성이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수비 쪽에서 킥을 하게 되면 태국 포백은 이미 다 킥을 할 것을 보고 있기 때문에 태국 수비들은 더 대응하기가 쉬어진다. 이점이 어제 경기의 볼 점유율이 48 대 52 가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제 경기에는 이강인이 선발로 출전했다. 일찍 투입된 만큼 이강인의 패스를 활용할 시간이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황선홍 감독도 이점을 노렸을 가능성이 크다. 아니나 다를까 첫 번째 골 역시 이강인의 발에서 시작되었다. 오른쪽 사이드에 있던 이강인은 안쪽으로 들어오면서 공을 받아 조규성에게 정확한 타이밍으로 패스를 넣었다. 이강인의 공을 받아 돌아서는 동작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오른쪽 사이드에 있다가 안쪽으로 들어오니 맨투맨이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강이 조금만 늦게 돌아 섰어도 뒤에 수비가 따라붙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강인은 그것을 알고 최대한 빠르고 간결하게 돌아서서 전방을 주시한다. 이렇게 되면 공격수 입장에서는 움직일 타이밍을 잡기가 매우 편해진다. 반대로 수비수 입장에서는 매우 불리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강인의 공을 받은 조규성의 움직임도 이강인이 돌아서자마자 포백의 수비사이 뒷공간으로 출발을 한다. 그리고 출발과 동시에 패스가 들어간다. 태국 수비수는 몸을 돌릴틈도 없이 뒷공간을 내어주게 된다. 만약 이강인이 여러 번의 터치로 돌아섰다면, 선제골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두 번째 골은 손흥민의 자신 있어하는 드리블인 헛다리 한번 짚고 치고 나가는 동작으로 상대수비수의 중심을 무너뜨리며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손흥민처럼 왼쪽에서 치다가 오른발로 헛다리를 짚으면 상대수비는 무게중심이 왼쪽으로 주춤할 수밖에 없다. 축구는 주춤거리는 잠깐의 타이밍을 빼앗아 벗어나야 한다. 이기술은 크리스티아노 호날두가 잘 사용하던 기술이었다. 손흥민의 드리블을 보고 이동작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는지 가늠이 되는 게 공과 몸이 하나가 되는 드리블이었다. 두 번째 골 어시스트 역시 이강인의 발에서 시작되었는데, 이번에도 가운데로 좁히면서 볼을 받아 상대 수비를 왼발로 벗어나면서 각을 만들어 손흥민 에게 연결해 줬는데, 한 템포만 늦었어도 오프사이드에 걸리는 상황이었다. 이강인은 볼을 드리블하면서 우리 편 선수를 보는 능력이 탁월하다. 공만 보고 드리블을 하면 팀 동료는 움직일 타이밍을 잡을 수 없다.
세 번째 골은 김민제의 어시스트가 인상 깊었다. 본인이 직접 헤딩슛을 할 수 도 있는 장면이었지만, 보다 더 좋은 위치에 있는 박진섭 에게 패스하면서 세 번째 골을 만들어 냈다. 인상 깊었던 것은 김민제의 체공 시간이다. 점프해서 공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 보니 우리 편 선수를 볼 고 정확히 줄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이번 경기의 모든 골은 손흥민, 김민제, 이강인이 모든 관여 하면서 한 번 더 빅클럽에서 뛰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경기였다. 그리고 2차전 경기를 보면서 태국의 실력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모두가 알만한 유명한 선수는 없지만, 전술이나 기술적인 부분 스피드 역시 크게 부족함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요즘 시대는 세계 축구가 평준화가 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점점 더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경기가 많아질 것 같은 생각이다.